#싹을 틔우기 전의 씨앗처럼, 시작된 만남
지난 4월, 저에게는 마치 민들레 홀씨가 날아들 듯, 행복의 씨앗이 찾아왔습니다. 보호대상자 자녀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하게 되었던 일입니다. 서울동부지부의 대학생 보호위원으로서 처음으로 진행하게 된 활동인 만큼,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학생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짧은 문자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어린 소녀인 멘티가 보인 첫인상은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본인에게 문자를 보낸 제가 누구인지 경계하는 모습부터, 부모님께 여쭤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며 온 답장까지도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사춘기 청소년이라는게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제법 까칠해 보이는 학생의 모습에 멘토링을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곁을 쉽게 내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멘토로서 학생의 학업을 도와주고자 온 것이었기에,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저를 맞아줄 학생을 기대하며 다가갔습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싹튼 희망
새벽녘 이슬처럼 차가웠던 첫 만남을 뒤로하고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 가고자 일부러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수업 자료를 제작했습니다. 빨리 친밀감을 쌓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하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첫 수업 날이 되었고, 비대면 방식으로 멘토링을 시작하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과학 과목의 수업을 맡은 저는 차근차근 준비해 온 내용들을 펼쳐내며 학생의 이해도를 점검하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학생은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궁금한 점이 생기면 질문을 해오는 등 성실한 태도로 수업에 임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의 수업을 마무리하며, 궁금하거나 수업에 바라는 점이 없냐는 저의 질문에 멘티 학생의 답은 저의 마음을 사르르 녹아내리게 했습니다. 머뭇거리던 학생은 “저.. 더 이야기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꺼내왔는데, 그 말을 듣고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보여준 새침한 모습과 상반되게도 마치 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저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며 멋쩍게 웃던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함께 피워내는 행복의 씨앗
그렇게 저는 학생과 수업 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더 나누었습니다. 멘티 학생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저에게 말해주었고, 들뜬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그 모습에서 저는‘이렇게 누군가에게 일상을 공유하고 수다를 떠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시간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것처럼 신나서 말하는 멘티에게 제가 말동무가 되어 주고, 학생의 마음속에 언제부턴가 자라왔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덜어내 줄 수 있다는 것이 보람찼습니다.
학생은 꼭꼭 담아왔던 자신의 이야기보따리를 마음껏 풀어내고,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학생에게 공감하고 라포를 형성했습니다. 그 시간들이 저에게는 행복의 씨앗을 틔우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으로 시작했던 멘토링이, 웃음꽃을 피우며 멘토인 저와 멘티 학생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나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처음 보호대상자의 자녀를 멘토링 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는 ‘보호대상자의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려되기도 하였지만, 수업에서 실제로 만난 보호대상자의 자녀는 그저 관심과 공감이 필요한 어린 학생이었습니다. 그런 그 친구에게 다가가서 학업에 흥미를 느끼도록 돕고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은 저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동행’이었습니다. 보호대상자의 자녀인 만큼 어쩌면 더욱 부족했을 수도 있을 관심과 애정을 나누며 이 동행이 앞으로도 꽃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